아날로그 감성으로 풀어낸 추리 서사… 시종 흥미진진


심사위원단(박범신 은희경 김형경 하응백 김미현 장은수 강유정)은 수상작이 “살인과 사진 그리고 비밀을 퍼즐 조각처럼 흩어두고 집중력 있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해 냈고, 독자들에게 익숙한 추리 서사 문법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했다”면서 “살인, 사진, 실종, 기억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의 끈을 놓지 않으며 추리 서사로서 끝까지 독자들과 지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범신 김형경 하응백 은희경 김미현 장은수 강유정

12회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종심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학평론가 장은수, 소설가 은희경 김형경 박범신, 문학평론가 강유정 김미현 하응백씨.


세계문학상이 여러 변모를 시도했다. 심사위원의 구성도 조금 바뀌었고, 상금을 비롯한 상의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예심을 거쳐 많은 작품들이 걸러지고, 8편을 대상으로 본심이 이뤄졌다.

세계문학상이 찾는 당선작은 문학성과 가독성을 모두 갖춘 장편 소설이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2016년, 대한민국에서 장편 소설이 갖는 효용과 가치 그리고 문학성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문학성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조형해내는 과정 끝에 탄생한다. 한편 가독성이란 다매체 시대, 다양한 볼거리에 노출된 독자들로 하여금 다른 서사가 아닌 문자 서사로서 소설로 이끄는 매혹의 지점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미덕을 갖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자는 데엔 심사위원 전원이 이견이 없었다.

다만, 과연 어떤 작품이 2016년, 현재, 당선작이라는 제호로 세상과 만날 때 더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선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쉽게 모이진 않았다. 거듭된 문장 수련이 짐작되는 완미한 작품엔 작가적 고집이 지나쳤다. 시대적 의의와 새로움을 갖춘 작품은 완성도의 측면에서 의구심이 들었다.

가령, 이념을 사치품이라 일갈하는 파락호 이야기는 새롭긴 했지만 화자와 시점 문제에서 심각한 결격 사유를 보였다. 상위 1%의 삶을 통해 갑을병 중에서도 병의 인생을 살아가는 무명작가의 삶은 재밌게 읽히기는 했으나 세태소설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쉬웠다. 학교폭력은 토론주제처럼 지나치게 개념적이었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복수극은 넓은 의미의 공감적 지지를 얻어내기엔 지나치게 편협했다.

8편의 작품 중 집중적으로 논의한 작품은 ‘눈물남자’, ‘낭만컨설팅’, ‘붉은 소파’이다. ‘눈물남자’는 가상의 도시에 발생한 대유행병을 소재로 삼고 있다. 메르스나 구제역과 같은 재난 사건의 경험을 통해 전염병은 꽤 설득력있는 알레고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가 이러한 알레고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관념의 크기가 너무 커서 소설 자체가 짓눌려 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낭만컨설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쓸모와 그렇지 못함으로 구분되는 세상을 낭만과 포르노그래피의 관계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낭만이 포르노그래피로 전도되는 ‘시장’을 제법 흥미롭게 그려내긴 했으나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닿기에는 지나치게 기획적이며 이념적이었다.

최종적으로 당선작으로 선택된 작품은 조영주의 ‘붉은 소파’이다. ‘붉은 소파’는 살인과 사진 그리고 비밀을 퍼즐 조각처럼 흩어두고 집중력 있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해 낸다. 이야기 직조술에 있어서 신뢰를 주었다는 뜻이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추리 서사 문법을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낸 점도 차별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살인, 사진, 실종, 기억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의 끈을 놓지 않으며, 추리 서사로서 끝까지 독자들과 지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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