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돋보기의 공식
성 명 : 우남정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 우남정(본명 우옥자)

“긴 기다림 끝 기쁨… 이제 또다른 여정 시작”


그날, 대설주의보가 발효되었지만 어느 늦깎이 소설가의 출판기념식 참석차 공주에 가 있었다. 기대와 우려가 폭설이 되어 정처 없이 한옥마을을 덮는 밤. 절절 끓는 구들장에 풀어놓았던 몸을 추스르며 길을 나서고 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는 사라지고 있다. 구태의연한 말씀은 재미없다. 더 신선하고 더 창의적이고 더 발랄하고 더 엉뚱한 것을 즐긴다. 새로운 물건들, 새로운 언어들, 새로운 상상들이 차고 넘친다. 오래된 것들이 빛을 잃는다. 앞으로 걸어가는 데도 자꾸 뒤로 밀리는 것 같은 속도.

‘할 수 있을까’ 막막한 물음에 대한 회신이 도착했다.

내 손을 들어준 최동호 황인숙 심사위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처럼 자기가 기다리는 것이 뭔지도 모른 채,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오고 있는, 그러나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어떤 것. 돌아보면 국어선생님을 짝사랑하던 소녀시절부터, 지독한 페미니스트로 이 땅의 딸과 어머니로 살아낸 날들 속에도 면면이 오고 있었을, 지금도 오고 있고 앞으로도 오고 있을, 그것은 삶을 관통하는 오랜 희망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자신을 불태우고 그 재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신화의 새처럼, 뼛속 깊이 새겨진 구태를 벗겨내는 일은 더디고 혹독했다. 기쁘다. 자고 일어나도 기쁘다. 이 기쁨이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나를 지켜주기를 기도한다. 나의 당선이 누구엔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어둑할 때, 늘 불빛이 되어주는 경희사이버대학 김기택 교수님을 떠올리며 걸어왔다. 격려를 아끼지 않은 유종인 시인, 윤성택 시인, 마경덕 시인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랫동안 함께한 ‘새울음나무’, ‘글샘’, ‘책이 있는 풍경’의 文友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흡사 바다에 이른 강물이 비가 되어 다시 시원을 향해 떠나는 여정과 같은, 나의 詩를 꽃 피우고 싶다. 문단에 그늘이 되지 않도록 정진을 다짐해 본다. 이제 또다시 시작이다!


우남정 시인 약력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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