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살아있는 당신의 밤
성 명 : 박민경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 김화영·전경린·서하진

“유려한 문장·세밀한 묘사 바탕 꿈과 현실의 괴리 적절히 짚어”


◇ 김화영(왼쪽부터), 전경린, 서하진


본심에 오른 작품은 열다섯 편이었다. ‘수영의 달인’은 디테일이 살아있고 문장이 매끄러워 가독성 면에서 좋은 평을 받았으나 주인공 외의 인물들이 소모적인 캐릭터에 그친 아쉬움이 있었다.

‘물구나무서기’는 전형적인 인물, 예상 가능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묻어나는, 좋은 소설로 전후반의 균형이 훌륭하다는 한 심사위원의 소회가 있었다. ‘수제비의 나라’는 차분한 전개로 친구를 잃은 슬픔을 형상화한, 낭만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으나 친구와의 우정, 그러니까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상실의 정서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거울효과’는 거듭 반복되는 같은 하루를 그리는 방법으로 회사원들의 극한 상황을 그려냄으로써 신인다운 패기를 보인 장점이 있으나 이런 서술방식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지루함을 극복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혐오’는 인물의 생생함이 인상적이었으며 ‘햇빛의 무게’ 역시 곱추라는, 장애를 가진 인물의 취업을 도모하는 주인공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 소설이었다.

‘기억을 잃은 여자’는 서사가 인상적이라는 평이었으나 세밀한 부분에 구멍이(예컨대 십만원짜리 지폐) 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석류의 조건’은 가상화폐 채굴이라는 가장 핫한 소재와 이국을 배경으로 그 나라의 언어와 서술을 연결시킨 점 등 공을 들인 소설이었다.

‘현대체스의 이해’와 ‘텐’은 각각 체스와 권투의 세계를 꼼꼼하게 그려낸 점이 돋보였으며 학위를 둘러싼 고충을 그린 ‘백야의 그늘’, 묘지를 배경으로 철학적 상념의 서사화를 시도한 ‘환등상’, 맥락없이 웃던 여자가 실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여자였음이 밝혀지는 ‘밤하늘 아래 연산호’ 등 거의 모든 소설이 저마다의 장점과 아쉬움이 있었다. 각자 서너 편씩 후보작을 천거한 가운데 세 명의 심사위원 모두의 선택을 받은 작품은 단 한 편, ‘살아있는 당신의 밤’이었다.

‘살아있는 당신의 밤’은 유려한 문장, 세밀한 묘사, 문명과 원시의 조화, 기억과 현재를 오가는 구성, 환상으로 매듭지은 결말 등 다채로운 미덕을 갖춘 작품이다.

‘무제’라는 제목으로 숲과 나무와 동물들을 찍던 옛애인과의 기억을 생생하게 서술하는 한편 결혼식을 앞둔 현재의 상황은 매우 무덤덤하게 그려내는 방식으로 이 작가는 꿈과 현실의 괴리를 적절하게 짚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부분을 일러 한 심사위원은 그게 생활이지, 라고 말했다), 죽은 옛애인의 흔적을 좇아 문장대에 오르는 장면도 좋았고 꿈인 듯 현실인 듯 하얀 새가 등장하는 장면도 주제를 형상화하기에 적절한 방식이었다. 환상성의 여운을 좀더 길게 끌 수 있도록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으나 이를 상쇄할 만큼 진중한, 내공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응모자 모두의 정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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