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수박
성 명 : 하가람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 김화영·권지예

“새로운 시선·독창적 사유 펼쳐… 패기 있는 철학적 탐구 돋보여”


◇ 김화영(왼쪽), 권지예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2편이었다.

‘그동안의 정의’는 인물들의 캐릭터, 대사 등이 자연스럽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이 좋아 재미있게 읽힌다. 그러나 오빠인 윤정수가 사라지고 죽은 이유나 배경 설명이 없고 제목이 약간의 말장난 같은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4월의 자리’는 19세에 입양된 딸과 처녀 적에 임신한 아기가 난산으로 죽었다고 믿었던 양모의 친딸을 찾아 어머니의 사후에 처음으로 만난다. 두 딸의 인생에 죽은 어머니의 자리는 무엇이고 어머니에게 딸의 자리는 무엇이었던가. 두 여자의 정체성의 문제와 복잡한 심리를 안정적인 문장과 서사로 큰 결점 없이 매끈하게 풀어나갔다. 수련을 많이 한 노련미가 느껴지나 바로 그 점이 한계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에 비해 ‘수박’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더운 여름날 친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는 과일인 수박. 화자의 머리에 계속 떠올라서 수박이 나오는 희곡을 완성하고 연극무대에 올리게 된다. 수박의 상징성이나 의미를 부여하려는 연출가의 의도에 반해 화자에게는 그 당시에 수박을 생각했기에 희곡작품에 우연히 무의식적으로 탄생했을 뿐이다. 이 소설에서 ‘아무것도 아닌’ 여름 한 철의 과일인 수박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독창적인 사유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내는 작가의 역량에 신뢰가 갔다. 여름이라는 계절과 흐르는 시간과 지루한 삶이 사물들 사이의 숨겨진 유사성을 통해 하나의 형태를 갖추는 작품이 되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 르네 마그리트의 ‘지는 저녁’이라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말미에 소개하면서 독자들에게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좋았다. 기존소설의 고정관념이나 문법을 배반하는 신인의 패기 있는 철학적 탐구가 돋보여서 당선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당선자의 앞날에 큰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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