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길과 시, 그 풍경의 안과 밖―오규원론
성 명 : 전병준
절망의 늪서 날 구해준 문학

"길위의 모든 존재 사랑할 것"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까.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뒤져보던 책들도 지금 내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수많은 저자들의 뒤에 숨어 그들의 목소리로 얘기하던 습관 때문에 이런 순간은 예상할 수 없었고, 그래서 준비해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는 이렇게 속수무책인 때가 더 찾아올 텐데 두려움이 앞선다.

한참을 길 언저리에서 헤매었다.

이 길의 끝에서 발견할 그 무언가를 찾아서 말이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을 찾는 동안 나는 많이 외롭고 쓸쓸했다. 끝이 없는 길은 희망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그런 가운데서 문학은 내게 희망 없음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용기였다.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처럼 힘겹게 걸음을 옮기면서 길이란 만들고 또 지우는 과정임을, 안과 밖의 풍경이 겹쳐지고 펼쳐지는 과정임을 간신히 눈치챌 수 있었다.


멈출 수도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이 길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희망 없이 나아가는 행동임을 가르쳐주신 김인환 선생님,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해주신 고려대학교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학교라는 경계 바깥에서 이루어진 만남을 통해 진지하게 사고하는 방법을 일러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나의 문학의 처음을 함께 해준 형들, 고독한 순간에도 든든한 동지가 되어준 많은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리석고 철없는 자식이자 동생인 나를 믿고 격려해주시는 부모님과 형님께 이 상이 조그마한 선물이 된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시고 비평가로 태어나게 해주신 김주연 선생님께는 앞으로 좋은 글을 써서 보답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기쁘다. 동시에 막막하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고, 어디서 끝날지도 모르는 이 길에서 홀로 내던져진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 길에서 만나는 타인들과 사물들을 사랑하며 문학과 삶을 계속해나가겠다.

▲1974년 부산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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