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피에카르스키를 찾아서
성 명 : 도재경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 김화영·한수산

“문장 세련되고 유려… 각고의 수련 느껴져”




소설이 ‘사람의 살아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최종심에 올라온 대부분의 응모작이 가지는 공통점은 그 삶이 없다는 점이었다. 삶이 없는 소설들에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러면 무엇이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왜 무엇을 위해 이토록 오래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을까, 의문이 남는다.

어느 카페에 앉아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면 이런 글이 나올까. 그런 상상을 한다는 것조차 괴로운 일이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 같은 인물들이 떠다니는 작품의 무대나 주인공이 학원가나 학원생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게 해서 응모작들은 한결같이 ‘무엇을 쓰려고 한 것일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묻게 만든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가지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 무대, 제목에까지 외래어 혹은 외국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한국소설의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이 왜 참신해야 할 신인들에게까지 범람하는 것일까. 당선작도 예외는 아니다.

당선작 ‘피에카르키스를 찾아서’는 주인공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긴 벽’이 담고 있는 ‘과거’와 의혹에 가득 찬 피에카르스키라는 인물의 족적을 더듬어 나가는 ‘현재’를 하나로 교직해 나간다. ‘기억’이라는 주제는 참혹한 과거사를 가진 우리뿐이 아니라 인류의 주제로 현재진행형이 되어 온 지 오래다. 이 작품 역시 기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늘의 이 재난의 세상에서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꿈을 찾아서 가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정확하고 유려한 문장과 함께 이야기를 침착하게 풀어나간 서술력도 돋보인다. 대화와 지문을 아름답고 간결하게 연결하는 수법에서도 유연하다. 이런 것들이 세련된 문장과 함께 그동안 각고의 수련과정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졌을 성취가 이 신인이 지켜낼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저력으로 이어질 것을 믿으면서, 당선을 축하드린다. 기대와 관심을 저버리는 일 없이 정진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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