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피에카르스키를 찾아서
성 명 : 도재경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 도재경(본명 강성순)

“썼다 지우기 반복… 하고픈 이야기 많아”

조금 낯선 하루.

언제나 새벽 버스를 타고 경동시장을 지나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시장 풍경은 계절이나 날씨와 상관없이 활기로 가득하다. 버스가 시장을 벗어날 때쯤 내 뒷덜미에 묻어 있던 잠의 자국이 지워진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지우길 반복한다. 일이십 분쯤 흘렀을까, 시계를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사라져버린 뒤다. 낯선 세계를 방황하는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두렵다. 머릿속을 털어낸다. 일을 한다. 해가 저문다. 도서관을 찾는다. 또다시 글을 썼다 지우길 반복한다. 삼사십 분쯤 흘렀을까, 시계를 보면 서너 시간이 훌쩍 사라져버린 뒤다. 밤차를 타고 불 꺼진 경동시장을 지나간다.

잠이 몰려오는 시간, 일은 글이 되고 글은 일이 된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어쩌다가 이렇게 외톨이가 되어버린 걸까? 한밤중에 상처 입은 나의 가난한 주인공들을 만난다. 상처에 연고를 바르며 중얼거린다. 당신들은 패잔병이 아니라고, 그러므로 무릎 꿇지 말라고.

이따금 친구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일단은 친구와 함께 맥줏집을 찾는다. 우리는 지워졌다고 여긴 기억을 되찾고, 되찾았다고 여긴 기억을 두고 나온다. 우린 어쩌다가 그렇게 되어버린 걸까, 친구가 한숨 쉰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아, 당신은 나의 카프카.

J에게 원고발송을 부탁했다. 우체국에서 봉투에 풀칠을 하고 있던 J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미리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풍선껌을 건넸다고 한다. 누구신지 모를 당신에게 인사를 드린다. 나를 있게 한 모든 분과 길을 알려주신 심사위원님, 그리고 언제나 나의 첫 독자 벼룩이 J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도재경 소설가 약력

▲1978년 경남 함양 출생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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