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와 우파니샤드풍의 인도사상은 여전히 문학지망생들, 특히 예비평론가들의 정신적, 이론적 거점으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비교적 화려한 문체의 가능성을 지닌 예비 문장가들에게서 이러한 특징은 두드러져 보인다. 올해의 경우 ‘스틱스 강기슭에서 새로운 음악하기’, “무와 영의 세계-‘유령의 시간’론”, “인우구망(人牛俱忘), 타자의 부름을 듣는 존재의 형식” 등의 작품들이 여기에 밀착되어 있는 글들이다.
이들은 상당한 문장력과 지식, 무엇보다 문학적 열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신화, 혹은 우파니샤드 따위에 대한 과도한 경사와 논리 연결의 필연성 미흡이라는 손해를 자초한다. 모든 응모작들에 해당되는 고언이겠는데,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지식과 정보의 원용은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하기 쉽다. 이 경우 새로운 문제의식과 날카로움, 패기 대신 기존의 평가를 보다 유연하게 화장하는 손 기술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역사의 폐허를 재현하는 실제의 시선- 편혜영과 백가흠의 소설’(서희원)은 다소 투박한 문장으로 진행되지만 무엇보다 오늘의 문학을 바라보는 뚜렷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힘이 있고, 그 같은 힘과 의식의 바닥, 혹은 사이에 은밀한 예리함과 사랑이 흐른다. “초과”의 개념으로 젊은 소설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면서도 그 한계와 문제점을 비판하는 자세는 건실한 비평가로서의 앞날에 신뢰를 준다. 두 사람의 작가를 함께 다루는 불편함 속에서도 (이러한 방법은 원래 바람직하지 않다.) 엽기로 나가기 일쑤인 지금 이곳의 소설의 혼란에 대해서 귀중한 발언을 한 당선자는 보다 깊이 있는 관찰과 세련된 필력으로 더욱 성장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