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 쾌재를 부를 그런 작품이 눈에 띄진 않았지만 본심에 오른 9편 중 ‘무서운 사람들’(김다정), ‘두 노인’(신정숙), ‘레디메이드 인생’(차미숙), ‘켄타우로스의 시대’(천재강) 등 네 작품은 각기 독특한 서사 구조로 어느 것을 당선 자리에 놓아도 무난한 수준이라 그 우열 가리기에 고심이 컸다.
◇김윤식 ◇전상국
‘무서운 사람들’은 납치한 사람이 죽자 그 시신 처리를 의논하는,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은 세 인간의 세상에 대한 증오와 그 적대감을 분출하는 방식의 섬뜩함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가진 자에 대한 적의가 도식적이고 시신 유기 모의의 대책 없는 그 엽기성에서 점수를 잃었다. ‘두 노인’은 한 여자와 부부의 인연을 가졌던 두 노인이 그 여자의 자식인 ‘남자’의 집에 함께 거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사근사근, 사유 깊은 톤으로 서술된, 매우 따뜻한 작품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소재가 너무 낯익다는 그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자동 기계화한 미래 사회에서의 인간 감성 상실의 문제를 차 주행시험 얘기와 속도감 있게 균형을 맞춘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뻔한 작의를 소설미학으로 형상화할 참신한 방법 찾기의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는 아쉬움.
‘켄타우로스의 시대’는 모든 것이 비즈니스화한 야영장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우 시니컬하게 묘파한 작품이다. 성장소설의 한 패턴을 가진 이 작품 역시 구성이 다소 허술하다는 등 몇 군데 흠을 보이긴 했지만 당선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상황 그려내기의 실감,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소설 문장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