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일 줄은 알았지만 언제일지는 몰랐다. 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와락 올 줄은 몰랐다. 나는 작은 사람이라 당선의 기쁨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데데한 글을 쥐고 끙끙거리던 날을 잊은 채 동네방네 자랑할 궁리만 한다. 일단 숨부터 골라야겠다.
들숨과 날숨.
휘청거리는 낮과 꿈꾸지 못하는 밤 사이에 나는 무슨 노래를 불렀나. 무엇을 들이켜고 무엇을 토했나. 고꾸라진 것은 언제이며 누구의 어깨 위에 내 몸을 짐 지웠는가. 이제야 뒤돌아보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다. 달리고자 했으나 늘 절뚝거렸던 길 위에서 이제야 내 몫의 문과 마주한다. 돌아 나올 구멍은 메워졌다. 문을 연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한다.
소설도 문학도 나는 잘 모른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덤빌 수 있었다. 매번 박살나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선의 먹먹함이 두려우나 움츠리지는 않겠다. 나는 좀 더 뻔뻔해질 것이고 크고 굵은 목소리를 소리 내어 연습할 것이다.
당선이 나를 단박에 아무것으로 만들어 주리라곤 믿지 않는다. 머리 쥐어뜯는 것도 순서가 있고, 분노를 토할 때도 나름의 음계가 있는 법이다. 주량이 늘고 주사가 느는 동안 수도 없이 더듬던 나를 모르랴. 당선 소식을 접한 지금, 깃털 하나를 주운 기분이다. 빠진 것인지 돋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단지 조금 조급해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서 즐기던 나태함을 반납할 때가 왔다.
부족한 글의 어깨를 두드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구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 굵고 알찬 돌멩이가 될 것 역시 약속드린다.
모자라고 뾰족한 나를 항상 응원해주셨던 우리 가족, 우리 선생님, 우리 친구들. 단 한 분께 드리는 감사로 모두에게 전할 감사를 대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