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이 늘었다고 하지만 금년도 응모작의 수준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작품의 소재는 일상적인 삶의 체험이 주종을 이루었고 그 길이도 상대적으로 길었다. 압축과 긴장의 강도가 약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상당수 있었다. 실험적인 시편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엇비슷한 작품들이 보여주는 일상에의 침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심에 오른 26명의 응모작 중 노수옥, 곽광덕, 김지오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논의되었다.
◇최동호 평론가(왼쪽), 김영남 시인.
노수옥의 ‘기묘한 병(甁)’은 질병과 물병의 한자어가 ‘병’자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흥미롭게 시작하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언어적 유희성이 짙어 내용이 다소 가볍게 읽힌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곽광덕의 ‘아직 키워드’는 가족의 이야기를 남북정상, 건강진단 등의 시사(時事)적 언어를 동원해 매우 인상적인 체험을 그려내고 있지만 피아골, 파르티잔 같은 시어들이 현장감을 심도 있게 살리지 못하여 시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상당한 논의 끝에 김지오의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를 당선작으로 한 이유는 대화체, 소설화법을 활용한 내용 전개의 신선감 때문이었다.
자칫하면 외설스럽게 읽힐 수도 있는 한 남자의 호주머니 속 심벌을 화두로 내세워 사탕·사랑·꽃의 의미로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시적 능력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머, 꽃 피우는 당신, 마법사였군요” 같은 마지막 부분의 발랄한 표현이 이를 증명할 것으로 본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아깝게 탈락한 분들에게는 격려의 말씀을 전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