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강처럼 흐르듯이 살라는 의미로 내 이름을 지으셨다. 언젠가 나는 가람이 강이 아닌 다른 뜻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 기사를 읽고 알게 되었다. 그 기사는 가람이 옛 경상도 사투리로 외출복을 가리킨다고 했다. 가람은 크게 상가람, 중가람, 하가람으로 나뉘는데 그중 하가람은 일할 때 입는 옷이라고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는 이전까지 내 이름에 큰 호감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가람으로 태어났으니 가람이라는 명찰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 기사를 읽게 된 이후로, 내 이름이 한 벌의 옷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내 이름이 좋아졌다. 언제든 벗을 수 있다는 것, 원하는 대로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방에 새 옷장을 들였다. 지금은 지금의 취향대로 호두색 원목으로 되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옷장은 표면의 나이테가 변하며 새로운 무늬를 가질 수도, 민트색이나 바이올렛처럼 지금과는 전혀 다른 빛깔을 띨 수도 있다. 옷장은 오랫동안 썩지 않을 예정이며, 옷장 안은 마음먹기에 따라 무수히 넓어진다.
문고리를 잡고 옷장을 연다. 옷장 너머로 흐르는 물.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름다운 강물 앞에 수박이 그려진 티셔츠를 걸어둔다. 딸깍. 옷걸이 걸리는 소리. 나의 첫 번째 작업복이다.
멋없는 내 곁에 오래 머물러주는 친구들, 매일매일 내 걱정뿐인 가족에게 고맙다. 다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함께 글을 쓰고 읽어왔던 이들의 이름은 꼭 여기 적어두고 싶다. 오래전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먼저 손 내밀어준 상희와 정연. 서로의 모든 소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아온 듀오 수빈. 낯선 문장을 탐독하는 아름다움을 함께했던 추영과 은영. 이제는 꿋꿋하게 걸어가라고 다독여준 수연.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소설을 사랑하는 재은과 영강. 매번 멋진 글을 선사하는 민아와 하빈. 자주 휘청거렸지만 이들의 말에 기대어 쉴 수 있었다. 온화한 나의 벗 혜선, 혜령, 호수 언니에게도 사랑과 포옹을 보낸다.
그리고 이장욱 선생님. 맨 처음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 배짱 있는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모두 선생님의 소설창작입문 수업을 들어서였습니다. 줄곧 두려워하며 쓰겠습니다. 백수린 선생님, 한유주 선생님. 한겨울 벽난로 앞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처럼 저는 종종 대학원에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던 시절에 머뭅니다. 쑥스럽지만 감사한 마음 가득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