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버스칸에 앉은 돌부처
성 명 : 심은희

생은 울렁거림이다;(누군가 말을 걸어오는지)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건


환멸이란 이름의 멀미다

그만 살았으면 싶은 노인들의 푸념 또는 수작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늘어진 가로수들이나


심하게 쳐진 할머니 입꼬리에 걸린 담배처럼 언제라도 툭


떨어질 듯이 과자 봉지를 들고 질주하는 어린 아이를 볼 때면


그것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다

기어이 아이의 과자는 축포처럼 공중분해되고


어디선가 날아든 비둘기들은 겁도 없는 상이군인처럼


버스전용차선으로 뛰어든다 순간 나는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어머니의 노동을


떠올렸다 그리고 잠시 비틀거렸는지도 모르겠다


아! 이제 알겠다 콘크리트 벽에 일렬로 달라붙어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나이트 클럽 벽보를


무슨 복권처럼 긁고 있는 노인들을 볼 때면 왜


까닭모를 화가 치미는지를

버스는 이내 저 홀로 풍성한 계절을 맞이한 청소차를


아슬아슬 비껴나간다 청소차에서 분명


낯익은 해골 하나가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차가 덜컥덜컥거리며 정류장에 멈출 때마다


짤랑거리며 들어서는 건 언젠가는 내 몸 가장


투명한 부분을 밀치고 들어설 낯선 불행들일 것이다;갑자기 숨이 가빠온다


(아까부터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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