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검열하자...그리고 세상을 돌아보자 기뻤다기보다는 얼떨떨했다. 첫 응모라 큰 기대를 하지 않은 탓에 막상 당선 소식을 듣고는 덜컥 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시를 쓴다, 쓴다 하면서도 쉽게 세상에 디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준비는 항상 부족했고 시는 언제나 불만족스러웠다. 그걸 참고 고칠 수 있을 때까지 몇년씩 묵혀두기도 하면서 아주 가끔씩 그렇게 시를 써왔다. 돌이켜 보면 어리석게도 시를 썼던 시간보다 시가 도리질치다 달아날까 봐 안절부절 못하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시인이 되기 위해서 시를 쓰려고 했던 적은 없었다. 다만 어렸을 적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시를 쓰겠노라고 우격다짐하던 기억은 있다. 지금 나는 시인이 되기 위한 출발선에 있긴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을 위해 내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까지도 나의 화두가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한 편의 시를 쓰거나 고칠 때 뿌듯한 적인 많았지만 진정으로 행복한 적은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행복한 책읽기가 가능하듯이 행복한 글쓰기도 가능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대에 시를 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그럴 수록 철저한 자기 검열을 거쳐 나름의 시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시금 시를 쓸 용기를 주신 두분 심사위원님과 항상 그리웠지만 제대로 인사 한번 드리지 못한 한신대 국문과-문창과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함께 고민을 나누었던 내 오랜 벗들과 문창 선-후배님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주신 부모님과 언니, 동생에게 진한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 시를 좋아하게 된 것도 영광인데, 시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인 듯싶다. 【약력】 ▲1974년 서울 출생 ▲1993년 정의여고 졸업 ▲1997년 한신대 국문과 졸업 ▲1999년 경희대 대학원(현대시 전공)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