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캐스팅’ 역시 이렇다 할 흠 없이 무난한 소설이다.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몸을 석고로 뜨는 특이한 일을 하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기억의 물질화라는 주제를 이루고 있는데, 그 일을 하게 된 내적 동기가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소리의 저편‘은 문장의 부림이나 소설을 만드는 솜씨가 여타의 소설에 비해 월등하다. 그러나 작가가 단정하고 깔끔한, 단편소설로서의 틀에 지나치게 매여 주제의 깊이에 가닿지 못하고 참신성이 떨어졌다. ‘정원에 길을 묻다’는 재기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인터넷상의 해결사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현실적 생활을 해결하는 주인공의 일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한 삶을 살면서 시멘트 옥상에 공중정원을 가꾸는 것으로 존재증명을 삼는다는 설정으로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정경을 펼쳐보이는 것은 자못 흥미롭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첫머리에 정체불명의 열쇠를 내보여 그것이 이 소설의 키워드가 될 것 같은 암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모모하게 처리한 것이 흠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소리의 저편’과 ‘정원에 길을 묻다’를 들고 토의 끝에 전자의 능숙함보다는 후자의 신인다운 패기와 밀고 나가는 힘을 귀히 여겨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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