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물고기를 매개로 하여 끌어내고 치유를 꾀한다는, 다소 생경하고 특이한 소설이다. 소설을 만드는 솜씨의 능란함과 탄탄한 문장력에 호감이 갔으나 작품 전반에 걸쳐 ‘닥터피시’에 대한 설명이 장황한 데 비해 그것의 상징성이 약한 것이 소설적 긴장의 약화로 이어졌다. 임기선의 ‘룸메이트’는 무엇보다도 능숙한 문장과 소설의 유려한 흐름에 호감이 갔다. 시종 객관성을 잃지 않는, 작가로서의 시선도 쉽게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계속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흡혈인’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든가 결말에 가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동성애 모티프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 때문에 작가가 어떤 소설적 필연성보다는 유행하는 시류에 편승한 면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전윤희의 ‘우유’는 여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사소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평범한 일상적 사건 안에 이 시대적 삶과 사회를 위협하고 잠식해 들어오는 폭력, 점진적으로 고조되어가는 공포와 불온한 긴장, 그리고 그 앞에서 나약하고 주눅들어 있으며 무력한 분노에 차 있는 자신과 이웃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담아냄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선량하고 소심한 사람들의 의식과 삶의 한 단면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룸메이트’와 ‘우유’를 놓고 논의한 끝에 ‘룸메이트’의, 버리기 아까운 여러 미덕을 인정하면서도 글쓰기에의 내공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세련된 문장과 따뜻하고 진솔한 시선, 주제를 확실히 장악하는 능력 등을 높이 사서 ‘우유’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