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올라온 스물여섯 분의 작품을 놓고 심사숙의한 끝에 두 심사위원은 이의 없이 신은숙의 ‘히말라야시다’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구조적 완결성과 언어적 진솔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시인이 한 특별한 사물의 인식에서 촉발된 신선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의 미학적 논리를 통해 이 세계를 새롭게 재해석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이 세계란 하나의 큰 학교이며 삶은 그곳에서 이수해야 하는 일종의 학습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학습은 학교 운동장 한 켠에 말 없이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는 ‘히말라야시다’의 존재론적 의미와 같은 것이 되지 않고서는 일상성을 탈피할 수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 생의 진정한 완성이란 히말라야시다의 나뭇가지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되새 떼의 비상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 오세영 시인 ◇강은교 시인
당선작이 요즘 우리는 간과하고 있으나 시가 지향해야 될 이상을 소중하게 지키고 신선하게 형상화하려 노력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상상력에 대한 믿음, 언어적 소통에 대한 가치 부여, 미학성과 철학성의 적절한 조화 등이 그것이다. 오늘 우리 시단이 소통 부재의 언어유희나 정신분열적 사유의 독백 같은 시들로 오염되고 있어 더 그러하다. 본심에 오른 작품 과반수도 이 같은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해 씁쓸했다.
마지막까지 논의되다가 탈락한 작품으로 이시언의 ‘유리창의 파리’는 형상성이나 시상 전개에서 재능을 보여줬으나 상상력이 단순하고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약했다. 구한의 ‘노인목경건조공법’은 묘사력과 수사가 탁월하고 언어의 밀도도 나무랄 데 없으나 시상의 비약이 심했고 대상을 단지 묘사해 보여주는 수준을 탈피하지 못한 게 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