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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그늘 속에 블랙홀을 숨기고 있지 수백 겹 나이테를 걸친 히말라야시다 한 그루 육중한 그늘이 초등학교 운동장을 갉아먹고 있다 흰눈 쌓인 히말라야 갈망이라도 하듯 거대한 화살표 세월 지날수록 짙어가는 초록은 시간을 삼킨 블랙홀의 아가리다 빨아들이는 건 순식간인지도 모르지, 그 속으로 구름다리 건너던 갈래머리 아이도 사라지고 수다 떨던 소녀들도 치마 주름 속으로 사라지고 유모차 끌던 아기엄마도 사라지고 반짝이던 날들의 만국기, 교장 선생님의 긴 훈화도 사라지고 삭은 거미줄 어스름 골목 지나올 때 아무리 걸어도 생은 막다른 골목을 벗어나지 못할 때 부싯돌 꺼내듯 히말라야시다 그 이름 나직이 불러본다 멀어도 가깝고 으스러져도 사라지지 않는 그늘이 바람 막는 병풍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해마다 굵어지고 짙어지는 저 아가리들 쿡쿡 찌르고 찌르면 외계서 온 모스부호처럼 떠돌다 가는 것들 멍든 하늘을 떠받들고 선 나무의 들숨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삼켜지지 않는 그늘 속엔 되새떼 무리들 그림자 하나씩 물고 석양 저편으로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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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아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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