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에서 올라온 12편의 단편 중 2편이 최종적으로 검토되었다. 성다솔의 '아무도 갖지 않는 것'은 실학자 자료를 정리하던 여덟 명의 연구원들이 5년 계약을 만료하고 해체되는 정경을 그린 독특한 작품이다.
그해 마지막 날 두 사람이 나와 남은 물건들을 챙기는 과정에서 한 달 전 멋대로 그만둔 정수가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기피 대상이 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음이 드러난다. 뒤늦게 한 보조연구원이 들어설 때 따라온 유기견의 젖은 발자국에 정수가 오버랩되는데 눈 내리는 밤, 빈 사무실에 떠도는 버려진 것들의 '기이한 여운'은 절묘하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나무랄 데 없이 잘 짜여진 이 작품을 제치고 김갑용의 '슬픈 온대'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몇 군데 지나치게 긴 문장이 난삽하여 흐름을 방해하지만 폭과 깊이에서 앞지른다고 여겨졌다. 레비 스트로스의 명저 '슬픈 열대'에서 제목을 따온 이 단편은 화양동 학습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나', '씬'을 통해 가난과 사랑에 대한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매연이나 먹으니" 봄이 와도 영산홍이 피지 않는 무방비 화양동, 비정규직 동료인 젊은 사내를 상대로 공동 욕실을 쓰듯 난교를 벌이고 "그냥 그냥 외로웠던 거야"라고 호소하는 노땅 아줌마들. 천장을 울리며 늘 혼잣말로 욕을 해대는 윗방 초딩생. 근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됐을 때 가난과 삶의 품위는 어떻게 반비례하는가?
화자 씬(scene)은 '슬픈 온대'의 불편한 진실을 거친 질감으로 복합적으로 펼쳐보인다. 한편으론 "나쁜 걸 몰아준다고 나쁜 걸 다 몰아받는 것도 참 게으르고 나빠"라고 치열하게 자기 해부를 하는데 "그게 나야?"라고 외치며 흘리는 자기 회오의 눈물은 냉철하고 절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