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겨울을 애벌레로 동면했습니다. 날개 달지 못한 채 셀 수 없는 밤을 어둠에서 보냈습니다. 어느 날 태양이 눈부시게 다가왔습니다. 푸른 하늘이 보이고 겨드랑이가 가볍습니다. 길었던 겨울 동안 날개를 키우며 오늘을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내 짝사랑은 이제 긴 어둠을 걷어내고 새로운 곳으로 나를 초대합니다. 그동안 나는 나를 지탱하고 나를 세우는 힘을 익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늘 새로움으로 나를 채워주는 호기심과 변하지 않는 날개를 달고 푸른 하늘을 날아오를 것입니다.
늦은 밤 역사에서 갈 곳 없어 서성이는 사람들을 봅니다. 종착역도 출발역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종이박스로 방을 만들어 추운 잠을 청하는 사람들. 저들도 한때는 푸른 하늘을 날았었지요.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고 떠도는 쓸쓸한 풍경에 가슴이 시려 옵니다. 타크나에서 떠돌던 구름처럼 잠들지 못하고 우리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 아닐까요. 오늘 밤 흰 구름 속에서 떠도는 사람들 모두에게 따뜻한 온기가 감싸지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의 이 영광은 심사위원 최동호 선생님, 이시영 선생님 두 분께서 날개를 달아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세계일보사에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든든한 반석이 되어준 용정씨, 가장 냉정한 평론가 민희, 지중해 하늘을 날면서 뜨거운 용기를 보내준 서윤, 눈빛만 봐도 마음 읽어주는 준호, 그리고 친구들. 두 눈으로 마주친 세상 모든 인연들과 오늘의 이 기쁨을 함께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