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지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스무 해 넘도록 살았던 동네, 이제는 재개발지역이 되어 곧 철거가 될 그곳을 사진으로 담는 일이다. 아침 공기를 가르며 인사를 나누었던 이웃들의 길, 저녁놀이 골목들 사이로 가지를 칠 때마다 갓 지은 밥내가 차지하던 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겸손하게 기록하고 싶다. 셔터를 누른 오늘의 손으로 또 글을 쓸 것이고,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들의 속살들을 내일의 손으로 더듬어 갈 것이다. 상실을 느끼고, 견디는 방법은 눈앞에 사라져 가는 것들을 조용히 관찰하며 이성과 감각으로 주워 모으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든든한 동생들인 재성, 재호, 그리고 언제나 제 글의 진지한 독자가 되어준 아내에게 고맙습니다. 미력한 글을 봐주시고, 치기에서 포기로 치우쳤던 마음에 불을 지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합니다.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며, 부족한 저를 너그러이 학문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종회 선생님을 비롯한 경희대학교 여러 선생님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문학적 동지애로 뭉친 현대문학연구회 동료들에게도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문학으로 맺어져 이젠 혈연처럼 가까워진 형철 형과 학중 형, 스무 살에 만나 어느덧 벌써 17년 지기가 된 화영, 기용에게도 이 수상의 기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