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여성, 몸으로부터 타인으로 가는 길 - 최은미 작가론
성 명 : 박신영
문학평론 당선소감- 박신영


“인물들 말 내 언어로 전달… 비평의 소임 다할 것”


이른 아침, 독서실 제 자리에 앉습니다. 창밖으로 목련나무가 보입니다. 올해 초, 저 나무에서 떨어진 꽃들이 마당을 뒹굴 때 최은미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하얀 꽃 여린 속살이 접히고 밟히며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최은미의 인물들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이제 가지 끝에는 다시 겨울눈이 맺혀 있습니다.

최은미의 소설 앞에 멈춰 서게 된 것은 제가 문학의 길로 발을 들이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하고, 이어지는 삶의 과정들을 겪으며 제가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의 삶을 꿈꿔왔었지만 그 경험은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기로 위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오늘이 찾아왔습니다.

첫 창작 수업에서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해 써오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 불안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쓰고 읽는 일은 제 안의 불안이 더 소용돌이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이 세계의 언어를 갖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빠집니다. 내 안에 무슨 말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내 안의 말을 표현해 내는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채 당선이 되어 두렵습니다.

때때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떤 문학 작품에 사로잡힙니다. 인물들이 앓고 있는 무엇이 내 안에도 있다는 느낌만 감지한 채, 최은미의 인물들과 함께 몹시 아팠습니다. 그이들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으려고 애를 쓰고, 다시 내 말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신의 여린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 감추고 감춘 채 슬쩍 드러낸 그 마음을 적확한 언어로 당신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 안에서 세계를 열어주시는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하는 법을 새로 배우고, 숨 고르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함께 읽고, 함께 쓰고, 함께 울었던 내 친구들, 사랑합니다. 깊은 가슴으로 저를 품어주는 당신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박신영씨 약력

▲ 1981년생

▲ 경북대학교 문학치료학과 석사과정 졸업

▲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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