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어떤 사이
성 명 : 이한슬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 이한슬

“멀고 험한 글쓰기의 길, 오랜 운명 같아”

일 년 전 일이다. 불현듯 오른쪽 아랫니들이 몽땅 빠진 것처럼 아팠다. 간헐적이긴 해도 한 번 찾아오면 턱이 덜덜 떨릴 만큼 심한 고통이었다. 밥을 먹는 것도,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도 어려웠고 진통제도 듣지 않았다. 동네 치과 몇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그 정도로 아플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지인들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도 내가 아프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렸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으니까. 억울한 마음에 차라리 피라도 철철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치과에서 이를 너무 꽉 물고 있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무의식중에 그러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날부터 일부러 입을 벌리고 지내려고 애썼다. 이 주쯤 지나자 고통이 찾아오는 횟수가 확 줄어 있었다. 그때, 이렇게는 그만 살자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이 악물고 견디는 건 그만하자고, 세상에는 소설을 쓰는 일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을 거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

오래전, 글쓰기를 좋아하던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폴 오스터의 에세이집에는 아래 문단에 줄이 그어져 있었다.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어쩌면 나는 오래전부터 내 자신이 어떤 식으로 살아갈지 각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 제일 어렸던 시절부터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었으니까. 다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는 기적이 내게 일어날지 확신할 수 없었을 뿐.

부족한 내게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 아이는 못 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늦는 편이라고, 언제나 유쾌한 마음으로 지지해주신 부모님의 믿음에 조금이나마 답례할 수 있어서 기쁘다. 김송, 림송, 유, 당신들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나의 스승 박형서 교수님과 그간 소설을 쓰면서 만나고 지나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한슬씨 약력

▲1985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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