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3편이었다. 13개의 조망이 다른 만큼 내용과 전개방식도 다채로웠다. 남현정의 ‘그때 나는’은 상상력을 비상하게 발휘해 본질과 현상 사이의 중간 지대를 대담하게 펼쳐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산꼭대기 절벽 끝에서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네발로 기어 내려온 화자가 숲 속을 헤매며 겪는 육체의 모험 이야기이다. 이질적인 자연에 내던져진 원초적인 몸의 불완전한 보행 동작을 통해 끝없는 수직 상승을 추구하는 정신과 마침내는 목이 묶여 기어야 하는 육체적 현실로의 귀환을 다양한 상징성과 비유적 장면으로 그려냈다. 저변의 논리가 치밀하기에 자칫 언어 유희처럼 비치는 문장들도 공허한 포즈가 아니라 그 안에 신뢰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이 느껴졌다. 작품을 읽은 뒤에도 해독되지 않고 남는 잉여가 있다면, 그것은 정신이 접근할 수 없는 슬픈 육체의 몫으로 여겨진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우수성에 주목하는 동시에 작품 세계의 변별성을 평가해 ‘그때 나는’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가드니아’는 단편소설의 정석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작은 실수로 죽을 뻔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꾹꾹 삼키며 보내는 하루를 통해 노화와 고립, 화자가 잘 아는 치자꽃이 가드니아로 불리는 짐작할 수 없는 세계와의 괴리를 잔잔하게, 그러나 여실하게 드러내 끝내는 충격을 던진다. 소설의 모든 요소를 충족시킨 모범적인 작품이지만, 특징지을 수 있는 작풍이 약해 아쉬웠다.
보디빌더의 세계를 건실한 문체로 그린 ‘체중’도 좋은 평을 받았다. 선수와 코치가 서로 미묘하게 상응하며 긴장 관계에서 공감으로, 다시 애정의 관계로 변해가는 모습이 잘 포착되었다. ‘오늘의 해시태그’는 무척 재미있게 읽힌 작품이지만, 대학 생활에서 참여한 총학생회와 페미니즘 카페 활동이 얼결에 당한 삭발로 인해 우왕좌왕하다 해프닝으로 끝나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