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편의 응모작 가운데 끝까지 선자를 고민케 한, 도전적인 작품은 세 편이었다. ‘행동하는 비인간들의 힘: 임승유론’(황사랑), ‘어느 윤리주의자의 우이의 시학: 전동균론’(김석포), 그리고 ‘동시성과 잠재성의 라니아케아: 김보영론’(황지)이었는데, 이들은 각각 다른 방향에서 독특한 비평 장면을 보여주었다.
임승유론은 인간 중심의 역사를 비판하면서 식물과 사물들, 비인간들의 독자적인 세계를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고, 전동균론은 순수 자유의 현상학적 철학의 세계를, 김보영론은 SF소설의 문학적 당위성의 세계를 묘파하거나 역설하고 있어 우열을 가르기 힘들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임승유론은 그중 가장 조용한 논리를 펼쳤는데, 다른 두 편의 역동성과 치밀함에 비해 다소 유약한 느낌이 들지만 인간성의 과잉에서 유래하고 있는 재앙의 시기에 재난의 세계를 구원하는 대안적 관점의 제시가 새롭고 신선하다. 김보영론은 문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힘 있는 구성을 보여주지만, 그런 만큼 곳곳에 다소 무리한 논리와 난해성이 없지 않았다. 전동균론은 철학적 인식의 깊이가 전동균 시세계 분석이라는 실제 현장과의 어울림을 덮어버리는 큰 모자가 된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