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열정적이었던 문학청년 시절이 내게도 한때나마 있었다는 게 새삼스럽다. 군 제대 후,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느 것 하나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많은 이름들이 반짝 나를 스쳐가는 동안 살아서 외로웠던 날들이 많았다. 어떤 길은 반드시 갔어야만 했고 또 어떤 길은 애초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오랜동안 있었지만,작년에 만난 몇몇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름대로 의미있고 소중한 작업들을 시작했다. 이 사회 혹은 세상에서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할 일을 나는 서른이 되었서야 하게된 셈이었다. 아주 가끔씩 시를 적었다. 창작의 성과물로서가 아니라 그저 생각날 때 일기를 쓰듯이 말이다. 적어도 시 적는 동안에는 스스로에 대해,이웃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게 나에게 더없이 소중했다. 반강제적으로 친구에에 등 떠밀려 응모를했고 그리고 염치없이 당선이 되었지만,내게 시는 앞서 밝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게 사실이다. 삶의 많은 사소한 부대낌을 접어가면서까지 시를 적진 않을 것이다. 다만,더욱 몸을 부려 시 적는데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겠다는 재미없는 다짐을 해볼 뿐이다. 공사현장에서 지하 공장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묵묵히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두 동생에게 아주 작은 위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등 돌리기에도 바쁜 시절에 변변치 못한 나에게 안부를 물어주던 몇몇 벗들이 있다는 게 살아오는 매순간 힘이 되었다. 그들에게 한 번쯤 질퍽한 술이라도 대접해야 겠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했었는데,그러한 계기와 여건을 한꺼번에 마련해준 두 분 선생님께 다른 그 무엇보다도 감사드리고 싶다. 새 천년에는 하루라도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