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 한켠에 버려진 그 낡고 오래된 냉장고의 문을 열자 염소가 한 마리 고등어를 입에 물고 있었다 고등어는 금방 잠에서 깨어난 듯 죄없는 눈물 한 방울 을 얼음처럼 톡 그녀의 발아래 떨어뜨렸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을까 염소가 고등어를 입에 물고 고등어가 더운 눈물을 얼음으로 만들기까지는 . 그녀는 염소의 목에 매어진 밧줄을 당겼다 그러나 그녀가 오히려 냉장고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었 다 아주 낯설고 침울한 슬픔이 냉장고 속에 성에처럼 깔리고 문이 닫혔다 어느날 내가 그 버려진 냉장고의 문을 열자 허연 성에를 뒤집어쓴 그녀만 혼자 그곳에 남아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을까 염소가 고등어를 먹고 그녀가 염소를 잡아먹은 그 외롭고 배고픈 시절은. 나를 오늘 이곳에 있게 해준 그 문장, 그녀는 요즘 바람을 피해 냉장고에 숨어 있다. 어서 나와라 내 아름다운 문장아!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서 있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내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던 스승들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들께, 나의 모든 것은 그분들의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나는 내 손금의 어느 부분을 걷고 있는 것일까? <약력> △1970년 전남 영암 출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현재 국립 서울산업대 문예창작과 재학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