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많이 늙으신, 계속 늙어가실 어머니에게 이 기쁨을 드려야겠습니다. 봉문(封門)하고 산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 속에 있지 않으려고, 스스로 빚어 올린 항아리에 갖혀 지내며 시를 읽는 밤이 있었습니다. 예민해진 귀는 작은 소식에도 멍멍해졌습니다. 간혹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그 이름 부르지 않았습니다. 상처라는 걸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곱게 키우던 새를 날려 보내며 세상의 조롱 속에서 한껏 자유롭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깨달음도 없이 나는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문도 창도 길도 없는 항아리 속에서 나오기 위해, 굳은 마음을 깨기 위해 나는 그 마음과 같이 넘어져 굴렀습니다. 계속 굴러가 시장에 이를 때까지……. '큰 현명함은 시장에 숨는다'라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비록 작은 현명함도 못되겠지만, 상대를 용인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거래하며, 그 거리에서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말들을 엮어 꽃을 만들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송이씩 나눠주고 싶습니다. 이 당선의 기쁨이 그런 힘으로 치환되기를 바라며 부디 내 시가 깨달음의 경지로 떨어지지 않기를, 그래서 계속 삶 속에서 기우뚱거리기를 희망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종암동 시절의 식구들, 문창반 선후배님들, 고전기타부의 사람들, 인생의 모든 스승들과 뽑아주신 선생님들, 애정으로 가르쳐 주신 최동호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약력 △1970년 전북 무주 출생 △1989년 전주 상산고등학교 졸업 △1997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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