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복선배치-문체…안정된 구성력 두각 " 예심에서 올라온 9편의 작품들을 읽으며 소재와 주제의 다양함, 다채로움이 일단 반가웠다. 그중 박정윤씨의 '미역이 올라올 때',장용석씨의 '닭',안성호씨의 '저 하늘에 떠 있는 사내를 보라',신현대씨의 '공어와 빙어'에 주목하였다. '미역이 올라올 때'는 문장의 속도감이 있고 발랄하였으나 할머니와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 아비를 모르는 자식들인 주인공과 이모 등으로 이루어진 가족구성원 모두 지나치게 주술적인 분위기에 의존하여 그 존재가 어렴풋하고 산만하였다. 어떤 암시나 복선이 없이 뒷부분에 주인공의 애인이 등장하는 것도 구성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시니컬한 문체로 백수생활 3년차 청년의 암울한 심리를 그린 '닭'은 묘사력도 뛰어나고 시종 소설로서의 오기 혹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칼'에 대한 관념이 장광설로 끼어들며 구심점을 흐트렸다는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는 욕심을 자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저 하늘에 떠 있는 사내를 보라'는 신선하고 활달한 상상력을 십분 발휘하여 흥미로운 전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떠 있는 사내에 대한 상징과 풍자를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여 어수선한 코미디같이 되어버렸다. '공어와 빙어'는 퍼즐놀이처럼 섬세하고 복잡한 독법을 요하는 소설이다. 적절한 복선의 배치, 주제에 걸맞는 투명한 문체, 안정된 구성력으로,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남매의 해후, 얼음같은 세월을 품고 살아온 그들의 상흔과 외로움을 얼음속의 물고기 '빙어'에 견주어 형상화하고 있다. 때로 문장의 기교가 지나쳐 표현이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으나 작의랄지 속내랄지 하는 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끝까지 고른 리듬을 지켜가는 것, 소설을 풀어가는 솜씨에서 이 작가의, 소설에 대한 이해도나 공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기에 망설임없이 당선작으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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