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상투적이고 내용모호 |
신춘시가 한국시를 망치고 있다는 말들을 한다. 좀 심한 소리지만, 근거가 아주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최근 4∼5년 동안에 신춘에 뽑힌 시들을 보면 대개 비슷비슷해서, 포즈가 공연히 비장하고 내용이 모호하다. 또 억지로 만든 자국이 역력하여, 이미지도 상징도 생경할뿐더러 리듬감도 없어, 살아 있는 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산문 형태의 시가 많대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하긴 내재율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콤마나 피리어드를 무시하는 등 어법을 어김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끌려는 유치한 시도도 신춘시에서 비롯된 대목이 없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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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들을 선자들이 계속 뽑아 놓으니까 좋은 시의 전범처럼 되면서, 신춘 응모시들이 이런 시 일색이 된다. 나아가서 이것이 한국시가 독자로부터 멀어지는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읽어가면서 매우 지루하고 답답했다. 그러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이 찾아졌다. 그것이 마경덕의 시들이다. 우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고 힘이 있다. 시를 가지고 무엇을 말할 것인가,그리고 어떻게 말해야 할 것인가를 분명히 터득하고 있는 시들이다. 특히 '신발론' '오래된 가구' 등이 두드러졌는데, 이만큼 무엇을 빼야 할 것인가를 안다는 것 자체가 시를 적잖이 공부해 왔다는 증좌다. '굴뚝'은 소품이지만 이만한 서경의 시가 우리 시에 그리 많지 않을 터이다. 마경덕의 발견은 큰 수확이다. 이근화의 '만원 버스' 등도 상투적인 신춘시들과는 크게 달라, 재미있게 읽힌다. 표현이 아주 젊고 유연하다. '칠레라는 이름의 긴 나라'는 특이한 발상은 아니지만 경쾌하게 읽히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문집을 텍스트로 하고 있는 '유리문 안에서'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시각도 매우 재미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은 시인이 될 재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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