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식장에 그를 데려가기로 합니다 그는 내 가슴속에 살면서도 맨 위에 올라가 군림하기를 좋아합니다 어쩌면 그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끔, 내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주는 그가 차갑고 근엄한 얼굴을 치켜들면 사람들은 그에게 다가가 다소곳이 머리를 조아립니다 예식장에 초대받아 온 사람들도 나보다는 그에게 더 깊은 관심을 표하기도 해 속이 몹시 상합니다 이제 그가 없으면 나는 사람들의 괄호 밖으로 밀려날지 모릅니다 그래서 난 외려 그의 보디가드가 됐습니다 그의 뾰족한 코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진 않을까 낯선 바람에라도 끌려가 낭패를 당하지 않을까 조금도 맘놓지 못하고 그를 지켜봐야 합니다 슬그머니 내 위까지 올라와 상전이 된 그를 위하여 언제까지나 나는 이렇게 나와 다르게 살아야 하나요 그를 몰아내고 청바지 입기를 좋아하는 나를 데려올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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