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의 숫자는,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를 연상시키는 시인들의 그것에 이르지는 않지만, 오늘 매우 많다. 대학마다 설치되어 있다시피 한 문예창작과와 문예대학원의 당연한 결과로서 나타나고 있는 리포트 현상과 이 사태는 아마도 긴밀하게 관계될 것이다.
무슨 논리인지 읽기 힘든 현학적인 난해, 혹은 과잉 지식주의도 물론 그 불가피한 증상이다. 이런 험한 관목 덤불을 헤치고 들어가 보면, 젊어 보이는 평론과 평론가들 속에서 문학에 대한 진지한 열정에 근거한 경우들은 의외로 별로 많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응모작들을 읽고 거기서 당선작을 골라내는 작업은 이러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젊은 소설가 한유주에 대한 두 편의 글(「 백지의 책, 다시 씌어지는 텍스트」등),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를 질주하다 - 정미경론」, 「특수한 보편, 무수한 ‘이야기’들의 겹침-김연수론」「〈 ‘아비되기’를 바라보는 이중의 시선〉-박민규 소설 읽기」 등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 주목을 받은 작품들이다. 문학평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독자적 성격과 구조를 비교적 잘 갖추었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에서 「특수한 보편, 무수한 ‘이야기’들의 겹침」은 중견 소설가 김연수의 세계를 비교세대적인 관점에서 명료하게 분석하면서, 글 자체의 품위와 향기를 지니고 있다. 더함도 모자람도 없는 지식의 단정한 뒷받침은 응모자가 김연수의 세계를 자신 있게 꿰뚫으면서 필요한 지식도 함께 장악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