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회'(이성훈). 십이인승 봉고차로 회사원 일행이 소문만 들은 명승지 야유회에 나섰다가 이런저런 낭패에 부딪힌 사건이 촘촘히 짜여졌지만 거기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미흡해 보였다. 잔잔하게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탐구심은 보였으나 신선함은 모자랐다.
◇서영은
'소리(들)'(이필훈). 1년 전 낯선 소리 때문에 수능 수리 영역에 실패한 사내가 회사에서 또는 삶의 현실에서 정체불명의 소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황을 다룬 것. 여기에서 소리란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등장하지만, 비유의 방식이 너무 추상적으로 보였다.
'스팸을 클릭하는 당신'(이지연). 스팸으로 생존해나가는 IT관련 노동자의 고충을 다룬 것. 지적 통제를 통해 긍정적으로 결말에 이르지만, 조금은 안이하게 보였다. 요즘 문제되는 이슈를 다루었다는 점에 호감이 갔으나 그 이상의 삶에 보여지는 깊이가 보이지 않았다.
'낯선 아내'(이유). 형사의 직업병인 안면인식장애증을 주축으로 하여 아내의 낯섦이 오고, 잇달아 스스로의 낯섦에 이르기, 이를 통해 부부의 동일성에 이르는 과정이 다소 낙관적이나 소설적 처리에 가까이 간 것으로 평가되었다. 추리적인 긴장과 간결한 문체로 속도감 있게 읽히는 미덕이 있다. 정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