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권에 속할 수 있는 작품들로는 '죽은 여자로부터의 전언, 분할된 세계, 그리고 점'(김유이), '김영하의 「퀴즈쇼」―탈주를 꿈꾸는 젊은 유목민들'(김대현), '사라지는 이야기의 囚人'(전영규), '책을 덮은 후 읽는 소설'(석형락)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서로의 장단점을 상쇄하는, 따라서 단순비교가 간단치 않은 평문들이다. 김연수 소설론이라고 할 수 있는 김유이의 평론은 그 가운데에서도 작품 읽기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가 하면 산뜻한 문체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치' 개념과 더불어 등장하는 '치안'은 뜬금없을 뿐 아니라 랑시에르 등의 인용도 다소 느닷없는 감을 주어 글 전체의 안정을 흔들었다. 또 다른 한 평론 전영규의 그것은 한유주의 소설을 '이야기'의 생성이라는 중요한 관점에서 다룬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는데, 소설을 좇아가면서 해설하기에 시종함으로써 비평가 자신의 말을 들려주는 일에는 미흡한 감을 준다.
결국 두 편이 남았다. 이 두 편은 여러모로 대조적이었고, 그 대조는 우열 아닌 선택의 문제로 다가왔다. 한 편(김대현)은 우리 평단의 고질적인 약점인 현학적 분석주의와 그로 인한 비평정신의 왜소화를 시원스럽게 쇄신해 줄 법한 거시적 안목을 보여준다. 인문학의 역사성을 리뷰하는 통찰과 함께 왜곡된 현대사 속의 전사였던 젊은이들이 정착민과 유목민으로 분화된 현실인식도 날카롭거니와 그 같은 맥락에서 김영하의 위상을 자리매김하는 손길이 믿음직스럽다. 다른 한 편(석형락)은 아직 신인이라고 할, 그러나 소설쓰기의 새로운 기획을 시작한 최제훈의 소설에 대한 평문인데 섬세한 분석이 예리한 비판과 평가를 동반하고 있어서 매혹적이다. 끝부분이 다소 약해 보이지만 거시적 인식으로의 확장을 기대하면서 석형락의 최제훈론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여기서는 물러났으나, 김대현도 좋은 평론가가 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