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예시’(김소연)와 ‘알’(이대연), ‘달에서 보았던 것’(서민향), ‘검은 이마’(신동열), ‘신 귀토지설(박송아) 등이었다.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영은(소설가)
김소연씨의 '예시'는 도박판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기계에서 나오는 번뜩이는 동전의 빛남과 젖을 문 아기의 이미지가 맞물렸지만, 중간 과정이 다소 혼란스러운 게 흠이었다.
서인승씨의 '달에서 보았던 것'은 기성작가들도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신인이 접근한 점이 참신했다. 특히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에 대한 천착이 돋보였다. 하지만 특이한 사건을 다루었으나 너무 난해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대연씨의 '알'은 거미의 생태에서 연역된 글쓰기이지만 역시 불투명했다.
신동열씨의 '검은 이마'는 멸종 위기의 새를 가운데 놓고 두 사내가 실종된 여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긴장감을 갖췄지만 이미지의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박송아씨의 '신 귀토지설'은 소재상 우리 고전의 귀토지설을 배경으로 해 한 집안의 좌충우돌을 막내딸의 시선으로 그려낸 것인데, 풍자를 넘어서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 특유의 시선이 돋보였다. 작품은 정황 설정이 아주 유익하고 익살스러워 그 자체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고 또한 다의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귀중한 재능인 것 같다. 계속 기성작가의 물에 젖지 않도록 노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