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22편 가운데 다섯 편 정도는 논문과 비평의 어중간한 절충처럼 보였고, 나머지 작품들 가운데 또 다섯 편 정도는 글의 주제를 뒷받침하는 이론의 출처를 분명히 밝히지 않거나 그것을 자신의 비평 논리로 발전시키지 못해 생경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니까 대략 절반 정도가 ‘문학평론’의 장르적 규약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들이었다.
나머지 작품들에서도 '코드비평’이라 불리는 경향성에서 시원스럽게 벗어나 자신만의 감수성과 비평적 사유를 자신 있게 펼쳐보인 것이 드물었다.
당선작으로 밀어도 좋을 만한 수준에 이른 것은 세 편이었다. ‘다매체 시대의 서사: 최제훈의 메타-소설학’의 필자(필명: ‘화부’)는 최제훈이 “언어와 세계에 대한 소설적 탐구의 역사를 특정한 방식으로 탈선시키는 동시에 지탱하기도 한다”며 최제훈 소설의 기법적 특성을 제대로 간파해내고 있지만, 그러한 형식적 시도가 세계문학(사)에서 얼마나 새로운 것이며 우리 소설의 풍토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별다른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
주완식의 ‘해체시의 유령들-미래파 이후, 서정과 정치’는 문장이 정밀하고 짜임새 있게 씌어진 이론비평이지만, 선배 시인들의 이론적 서술을 재해석하는 쪽으로 흘러 자기 몫의 이론적 천착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 스스로 많은 작품을 충실히 읽어낸 토대 위에서 앞선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새로운 이론적 지평을 열어 보였어야 한다.
기혁의 ‘다정한 말, 이상한 나라의 존재방식-김행숙 다시 읽기’는 존댓말로 쓴 것이어서 기존의 비평 문체에 익숙한 독자를 당혹하게 하지만, 읽어가다 보면 김행숙의 시 세계와 다정하게 어우러지며 매우 독특한 비평적 차원을 열어 보이고 있다.
필자는 시를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감수성으로 걸러가며 읽고 나서 좀더 폭넓은 비평적 관점에서 다시 살피면서 그것이 지금 우리의 시적 풍토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지 사유한다. 이런 태도는 시의 감성적 울림을 배제한 채 곧바로 이론으로 환원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비평 풍토에서 무척 참신한 개성으로 다가온다. 이 점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