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통보를 받던 날, 김수영에 관한 논문을 마무리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중이었습니다. 1964년 9월 ‘엔카운터’ 속 이오네스코는 “유일한 평론은 평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평론가를 가리켜 “양심적 해부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인 김수영이라면 이오네스코의 글을 읽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한동안 옷매무새를 고르며 생각했습니다.
제게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번쯤 눈물자국이 번졌을 행간을 밤새도록 넘어서지 못하는 방황이었고 시인의 능청스러움이 얄미워 그것에 대한 대꾸가 떠오를 때까지 시집을 펼치지 못하는 옹졸함이었습니다. 어느 화창한 날, 공허함을 달래주던 짝사랑도 결국 사랑으로의 이행이었음을 이제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글을 쓴 후에는 “꼭 큰소리로 세 번” 읽으라고 하신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 “평론을 하지 않는 평론가”도, “양심적 해부학자”도 될 자신이 없지만 어떤 글을 쓰든 세 번 소리 내어 읽는 평론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갑작스럽게 일을 벌이는 제자를 믿고 끌어주신 김춘식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제 21년 아래 후배가 되었으니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불만 많은 문우를 이해해준 익균형과 영효, 고마워. 앞으로도 쭉 이어나가자!
동국대 대학원에서 함께 수학한 선후배님들 고맙습니다. 부족한 아들을 30년 넘게 지켜봐주신 부모님, 그리고 변변한 전화 한 통 드리지 못한 장인어른과 장모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10년간의 연애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고생 많은 아내 수현과 7개월 후면 세상의 빛을 보게 될 하날에게 부족한 아빠로서 한마디 남깁니다. 보고 싶어요, 모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