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6편의 응모작 가운데, 보다 진지한 검토의 대상이 된 작품은 5편이었다. 대상에서 제외된 작품들은 수준이 낮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 편만 뽑히는 제도적 문제 때문, 즉 상대평가라는 냉혹한 관문의 희생자들이었다.
5편의 작품들이 포함된, 읽힐 만한 글들은 대체로 소설가론들이었다. 이승우, 한강, 김숨, 황정은, 조해진, 김태용, 김성중 등을 다룬 평론들이 괜찮았고 시인론으로는 하재연론 정도가 읽을 만했다. 평론을 하겠다는 지망생들의 수준은 무엇보다 어떤 작가론을 쓰느냐는 선택 단계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일단 고려의 대상이 될 만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조건이 있다면 전체적인 구성, 문장, 그리고 글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구성에 있어서 서양 신화나 외국 이론가(혹은 사상가)의 인용 남발은 이제 지양되어야 할 시기가 되었고,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짧지만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가 이제는 우리 이론이나 비평의 자산을 쌓고 있으며, 그것들은 조심스럽게 참조의 자리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괜찮은 글 가운데에 비문을 발견하는 일도 곤혹스럽다. 이번 심사에서도 영문이나 한자의 오류가 최종 5편에서도 여기저기 발견되었는데, 문장의 유려한 진행 가운데 나타나는 오류의 돌출은 글쓴이의 기본을 의심케 하고 신뢰를 떨어뜨린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하는 글의 지향점은 평론의 마지막 결론이다. 문장으로 멋을 부렸지만, 비평가는 문장가는 아니다. 지향점이 확실해야 하고, 그것은 문학적으로, 더 나아가 우리 삶에 어떤 유익을 던져주는가 하는 울림을 지녀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선작이 된 『결여의 존재론: ' 나 '의 상실에 이르기까지 - 김숨 읽기』(강보원)는 앞의 조건들에서 부적당한 부분들을 가장 덜 지닌 작품이었다. 그 구조와 세계가 쉽지 않은 중견 소설가 김숨의 작품을 '결여'라는 관점에서 읽어낸 안목이 우선 독자적이었고 글을 전개해 나가는 힘이 느껴졌다.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루카치와 지젝의 인용은 적절치 않은 면이 있고, 대상이 된 김숨의 작품도 몇 편 안 될뿐더러 그 전체 맥락과 윤곽을 보다 체계적으로 서론부에서 소개해야 좋았을 것이다. 더 친절하고 질서 있는 글로 대성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