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편이라는 엄청난 응모작을 심사하는 일은 상당한 노동이었다. 분량 자체가 그러한 노동을 요구했지만 응모작들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매우 높아져서 우열을 가르기 힘들었고, 따라서 힘든 노동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불가피하게 선정에서 배제되어야 할 작품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1)대학 제출용 레포트를 거의 그대로 보낸 것들이 꽤 있었다. 2)평론 대상이 되는 작가나 작품들이 아직 객관적 평가에 이르지 못한 경우 이를 다루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3)문장이 비문이거나 문체가 난해하고 현학적인 경우도 기본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엄격한 조건 아래 응모작들을 추려놓고 보아도 10편 남짓 우수한 수준 때문에 심사자를 힘들게 했다. 문제의식이나 주제가 훌륭한 작품들이 조건 2), 3)을 건드리기도 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다음 5편을 심도 있게 읽고 육호수씨의 허수경론 ‘자연의 고아, 시간의 낙과, 우주의 난민’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허수경 시의 자연관을 깊이 있게 읽고 그 의미를 분석한 이 글은 무엇보다 한 평론가로서의 특색 있는 문체가, 때로 난해한 부분이 있는 대로 매력적이었다. 물론 그 의미의 창출도 신선한 면이 있는데 6권의 시집 전체를 조금 더 포괄적으로 다루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당선을 양보한 다른 네 분의 작품들은 허은정의 김초엽론 ‘SF, 4차원의 사랑법’, 박늠의 김행숙론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이준서의 신영배론 ‘물랑’ , 그 순수성과 움직임의 미학’, 양동진의 박상수론 ‘우리, 실패 박남회장에서 만나’ 등이다. 육호수씨 당선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