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식을 듣고 나서 며칠간 자주 멍했습니다.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하느라 무료통화를 다 썼는데도 끝내 믿기지 않는 걸 보니 미안하게도 여태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글을 쓰면서 한 번도 확신이 들었던 적이 없습니다. 물음으로 시작한 글에 또 다른 물음으로 답해야 할 때가 많았으니까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쓸 수 있었던 건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었던 따뜻한 이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이나 선물이 아니라 지면을 통해서 감사를 전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고맙고 기쁩니다.
늘 1번으로 글을 읽어주었던 두 동생 민지, 민희, 마음으로 지지해주었던 부모님, 내 책갈피 신원,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가람과 친구들, 정신의 샘터 김병호 교수님, 너무나 존경하고 아끼는 스터디 문우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저에게 글은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던지는 돌이었습니다. 던지고 던지다 보면 언젠가 뭐든 넘치겠지 하고 던져왔던 그 돌에는 빚진 이름들과 갚아야 할 이야기와 아직 못다 한 고백이 새겨져 있었는데요. 쌓아 올린 돌탑의 끝에서 마침내 한 개가 도르르, 안이 아니라 바깥으로 굴러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돌이 어떤 무늬를 만들며 굴러가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흥미롭고 끈질기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작은 돌을 세상에 꺼내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좋은 것과 새롭게 좋은 것 사이에서 글은 저에게 ‘여전히 좋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귀한 것입니다. 마냥 좋아하기에는 매번 어렵고 자주 좌절감을 안겨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재밌기 때문에 ‘여전히’ 씩씩하게 좋아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 타이틀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켜봐달라는 말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대신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