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이후 가증되고 있는 포스트휴먼 현상과 AI 문제까지 우리 사회 전반의 현실이 문학평론의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어서 올해에도 비평정신의 가열함이 엿보였다. 여성의 욕망과 좌절, 남성의 폭력성, 이들이 얽힌 페미니즘과 젠더의 문제도 언제부터인가 한국문학의 지형에 새로운 도전으로 얽혀들어 있는데, 이 풍경은 도전이지 문제의 중심은 아니다. SF 소설과 퀴어, 그리고 전위적인 작품도 어디까지나 전통과의 조화와 질서의 문맥 가운데 그 위상과 해석이 자리한다. 이와 관련된 왜곡된 문장과 비문(非文)의 합리화는 정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31편의 응모작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데, 이는 예민한 현실의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바람직하지만 구체적 방향성을 갖고 분석의 지향점을 못 갖춘 채 현실 자체에 덩달아 흥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
이처럼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 문제의식과 비평적 구문(構文)이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로서 ‘모빌리티 사회, 인간과 사물의 공진화-김숨론’(리운·본명 김유림), ‘실재를 향한 언어의 몸짓-이제니론’(윤옥재), ‘불확정성의 세계에서 존재하기-김멜라론’(정세영) 등이 읽힐 만했다. 이들 세 편은 비평 대상이 된 작가나 작품부터 이미 상당한 평가를 받은 중견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구문의 진행이 부드럽다.
그중 이제니론은 ‘반성’이 ‘반영’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낭만적 이로니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소화하였으면 좋았을 것이며, 김멜라론의 필자에게는 평범한 서술로서는 신인다운 평문의 신선미를 뿜어낼 수 없다는 점을 환기해 드리고 싶다. 평론가가 문장가는 아니지만 비문은 당연히 피해야 한다. 결국 당선작은 김숨론의 필자 리운씨에게 돌아갔다.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문제의식과 구문의 조화가 안정적이어서 튼튼한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