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붉은 베리야
성 명 : 유호민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 유호민

“혼자라면 여기까지 못 와… 주변 큰 도움에 감사”



나는, 행복했다.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가족과 함께하는 집 안에서 모든 것이 충족되었다. 직장으로 학교로 가족들이 집을 비우면, 또 하나의 나는 인터넷상의 유령 카페에서 혼자 글을 썼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어쩌면 지킬 씨와 하이드 박사. 게으름뱅이 주부와 열정적인 유령으로 분리된 듯 두 개의 내가 서로를 모른 척 각자의 세계에서 살면서, 모두 행복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나는 외로운 섬이 되어갔다. 나는 혼자 허우적댔지만 점점 가라앉았다. 지킬 주부도, 하이드 유령도.

전화가 왔을 때 나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전화를 받는 동안 하나의 나는 카트에 물건을 담고, 또 하나의 나는 누군가 장난을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어디에 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지만, 믿음이 가기는커녕 누가 내 노트북을 해킹했나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드디어 이렇게 미쳐가는가, 정신이 나가 버렸다.

위에 쓴 이야기의 반은 뻥이다. 혼자였다면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나는 허우적대면서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고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어느새 어른이 된 아이들과 더 어른이 된 남편이 더 성숙해진 울타리로 나를 지키고, 또 하나의 나 역시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설 쓰기를 가르쳐 주신 우경미 선생님, 갈 곳을 잃고 헤맬 때 길을 보여주시는 구효서 선생님, 함께 길을 가며 점심과 커피와 즐거운 시간과, 그리고 귀한 조언을 나누어 준 문우들, 내 맘대로 이름 지은 림름라와 나나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와 사랑을 바칩니다. 부끄러운 졸작을 내민 8년 차 신춘 낭인의 손을 잡아주신 심사위원님들, 감사합니다. 실망하지 않으시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는 듯 모르는 듯, 알아도 모르는 척,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은 덮어주며, 지금은 아마도 모르겠지만 언제든 알게 되면 나의 등단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해 줄 나의 가족, 항상 미안하고 사랑하고 감사한다.


유호민 소설가 약력

▲ 1960년생
▲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 가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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