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숨이 차오를 때
성 명 : 이수정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 이수정

“사십여년 만에 재회한 소설과 못다 한 사랑 나눌 터”



어린 시절, 소설을 많이 읽었다. 심지어는 학교에도 소설을 들고 갔다. 장기자랑 시간에는 앞에 나가 읽은 소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나는 소설과 아주 친했다. 소설 없이 못 산다, 할 정도로 친했다.

그런데 쓰기는….

어렸을 때, 소설을 쓴 기억은 없다. 글쓰기 하는 장르는 시 아니면 수필이었다. 백일장이나 이런저런 글쓰기 대회에도 소설 부문은 없었다. 나는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작정하고 쓰지 않는 한, 내게 소설을 쓸 기회란 전무했다. 중,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소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교과서와 참고서, 자습서 같은 걸 읽느라 도통 소설 읽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하물며 쓰기는….

내 삶에서 소설 읽기와 쓰기의 간극이 이리도 클지 몰랐다. 소설을 쓰기로 작정하는데 사십여 년이란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전화로 당선 소식을 듣는데, 대놓고 크게 기뻐하지도 못했다. 소설이, 지금이라도 소설을 쓰기로 작정한 나를 늦었다 타박하는 대신 등을 두드려 주는 것 같아 목구멍이 뜨거워져서였다. 나는 소설을 한때 사랑하다가 떠났는데 소설은 끝내 변심하지 않고 날 기다려준 게 틀림없다. 한때 사랑하다 떠난 사람답게 난 소설에 관해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소설은 괜찮다고 한다. 속도 없는지, 그런다.

왜 떠났는지, 구차한 변명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떠났다 돌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다시는 떠나지 않는 것으로…. 못다 한 사랑을 원 없이 나누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해야 할 사람이 많다. 쓰는 사람으로 소설과 재회할 수 있게 두 팔 벌려 맞아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어린 시절, 늘 책꽂이에 소설을 그득히 채워 준 어머니께 감사한다. 졸작을 가장 먼저 읽어주는 남편과 미주 문우 선생님들께 사랑을 전한다. 당선 소식을 전하자 울먹인 오랜 벗들에게 우정을 보낸다. 나의 스승님께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그리고 세상 모든 소설에게도….

다시 만나 참 좋습니다.


이수정 소설가 약력

▲ 1967년 부산 출생
▲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미국 뉴저지 로컬 도서관 한국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겸 번역작가
▲ 재외동포문학상, 고창신재효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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