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숨이 차오를 때
성 명 : 이수정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 김화영·권지예

“문학으로 숨의 역동성 탐구… 세 여성 심리 묘사 빼어나”


◇ 김화영(왼쪽), 권지예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2편이었다.

‘다가오는 시간’은 노년의 삶에 ‘남은’ 시간보다 ‘다가오는’ 시간의 개념을 새롭게 각성시키는 소설이다. 광주 가는 버스에서 처음 만난 60대 두 여인. 그 후 1박2일로 지인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친밀해진 두 여인은 서로의 상흔을 알게 된다. 소설은 병들고 외로운 신산스러운 삶의 사연들을 간직하고도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주인공들을 보여준다. 안정적이고 흠이 별로 없는 작품이다. 캐릭터와 사건 배열이나 배치를 효과적으로 구성한 것이 소설적 재미를 더해준다. 그러나 5·18 상처라는 오래된 소재와 작품의 안정성이 오히려 신선한 패기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식물성 네트워크’는 과학지식에 기반한 소설이다. 오랫동안 키우던 아레카야자 화분을 선물로 주고 말레이시아 MH370편 여객기의 실종사건과 함께 행방이 묘연해진 윤서. 윤서는 차원이 다른 세계로의 사라짐을 꿈꿔 왔다. 식물연구원 선재는 아레카야자의 전기파동을 추적 관찰하며 윤서를 기다린다. 아레카야자는 식물의 근원적 능력으로 시공간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과 교감하며 소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학이론과 여객기 실종사건을 상상력으로 엮은 신비롭고 흥미로운 서사를 끝까지 밀고 가는 역량이 돋보인다. 그러나 환상으로 기울어진 결말 처리는 과학과 연동한 소설미학의 한계로 보여진다.

‘숨이 차오를 때’는 마라톤과 수영을 통해 숨의 역동성을 문학적으로 탐구하는, 정교하고 잘 짜인 작품이다. 어린 딸을 버리고 재혼한 엄마. 그 딸을 키워 준 엄마의 이복동생 이모. 어릴 적에 호수에서 익사할 뻔하다 살아난 딸. 이 세 여인의 심리와 욕망이 작품 곳곳에 숨은 그림찾기처럼 전략적인 암시로 숨어 있다가 결말에 가서 터진다. 딸의 무의식에 잠재한 트라우마와 강박적인 의혹(숨막힘)이 숨터짐을 통해 해방되는 것이다. 유머가 깃든 섬세한 문체와 맛깔난 대사도 소설의 읽는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심사위원들은 오래 주저하지 않고 이 소설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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