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쓰이지 못한, 쓰인 적 없는 : 김숨의『간단후쿠』
성 명 : 오경진
문학평론 심사평 - 김주연 문학평론가

“고통의 언어화 가능성에 질문… 근래 보기드문 수작”


◇ 김주연 문학평론가

올해에는 30편의 응모작 가운데 절반쯤 되는 작품들이 당선작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응모자들 가운데 한 분은 1946년생(이국헌), 다른 한 분은 1947년생(김기진)으로 80세에 가까운 고령자로서 평론 내용에 있어서도 만만찮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렇듯 팽팽한 경쟁구조에서 이미 작고한 소설가 박상륭론을 두 분이, 중견 소설가 김숨론을 두 분이 선택했는데, 이 4편이 내용면에서도 서로 각축을 벌일 정도로 우수하였다.

박상륭 소설가는 난해한 작가세계로 인하여 그동안 비평적 접근이 어려웠는데 ‘쓸쓸한 행로의 윤리; 박상륭 소설에서 니체의 초인과 감내하는 인간’(신화정), ‘존재의 전회와 시원적 소리의 지평’(윤이담) 두 편의 평론은 이에 대한 과감한 도전으로 주목을 끌었다. 소설 ‘죽음의 한 연구’에 집중한 윤씨의 글은 그 자신 난해한 구문을 피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웠으나 신씨의 글은 니체와의 대비를 통한 신성의 탐구가 흥미로웠다. 박상륭이 전개한 신의 문제를 깊이 있게 살펴보는 일은 여전히 두꺼운 벽과 싸우는 일이라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두 분의 용기를 크게 상찬해 드리고 싶다.

당선작은 김숨 소설가의 최근작 ‘간단후쿠’를 밀도 있게 분석함으로써 고통과 언어의 관계를 형이상학적으로 추적한 오경진씨의 역작 ‘쓰이지 못한, 쓰인 적 없는’으로 돌아갔다. 비평의 모티프 발견과 문체에 있어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 평문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으로서 일제 식민지 위안부에 가해진 고통을 위안부 및 전지적 시점을 오가면서 간명하게 서술한다. 글의 본질은 고통의 언어화 가능성, 즉 문학의 자리에 대한 가열한 질문이다. “고통 앞에서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지고 묻는 것은 김숨에게 큰 의미가 없다. (…) 그러니까, 소녀들의 몸으로 들어가서 그 편지를 다시 쓰는 일만이 작가의 과제”라는 이 평론은 아마도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쓰인 글들 가운데 최초의 문제적 인식일 것이다.

또 다른 한 편의 김숨론(이레)도 잘 쓰인 글이었으나 앞의 작품에 불가피하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문학에서 음악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간 ‘음악을 회복하는 일’(오웅진)도 충분히 흥미로운 논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여 말해두고 싶다. 한 작가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이 문학평론 본연의 자리에 가깝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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