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 올라온 작품 중 여러 편이 외국이 배경이거나 외국인이 주인공인 소설이어서 내용 면에서 글로벌하고 다양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배경이나 등장인물의 다채로움이 흥미를 끌더라도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역량이 부족했다. ‘수몰’은 브로콜리, 특히 로마네스코 브로콜리의 프랙털 구조나 너무도 작은 꽃송이(플로렛)를 관찰하는 모임에 빠진 남편의 이야기다. 공들인 문장과 소재의 독특함이 매우 흥미로웠다. 마치 눈으로 직접 브로콜리의 구조를 해부하는 듯한 정치한 묘사가 부부관계가 없는 부부의 관계에 대한 환멸과 의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심리묘사도 뛰어났다. 그러나 20층 아파트에 갑자기 집안으로 홍수가 범람한 듯 거대한 탁류가 쳐들어오고, 여자가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급류를 문을 더 활짝 열어젖히며 맞이하는 판타지로 처리한 결말은 아쉬웠다.‘예지’는 아버지도 죽고 재혼한 엄마에게 간 이식을 해주었으나 엄마마저 금방 죽은 줄 모르는 예지에게 이종사촌 언니인 나는 가족의 메신저로 부고를 알리러 간다. 이모들과 외삼촌은 예지가 이미 친아버지의 억대의 보험금을 수령했고 자기를 버린 엄마의 간 이식을 담보로 자취방을 구해 달라는 영악하고 발칙한 자식으로 여기고 외면해왔다. 그러나 냉정하고 중립적인 화자인 나는 입원실에서 예지와 남자친구 민식을 만나 두 사람의 의외로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며 내심 이상하게 여긴다. 흠잡을 데 없는 문장과 화자의 연민과 비판적 시선으로 노련하게 서술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반전을 발견하게 된다. 천박하게 돈밖에 관심 없는 친척들의 허를 찌르는 갓 스무 살 된 예지의 어리석은 듯 쿨한 결정과 삶의 태도는 오히려 건강하고 윤리적이며 계산적이지 않다. 젊고 생동감 있는 여주인공을 통해 오히려 역설적인 희망을 보여주는 소설이다.당선되지 못한 응모자에게는 격려와 정진을,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