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크린토피아
성 명 : 강하라
신춘문예 (시) 심사평 - 안도현·유성호

“인간 실존의 난경 은유해가는 필치 감탄”



◇ 안도현(왼쪽), 유성호

‘크린토피아’는 전문 서비스점에서 세탁기를 돌리는 화자와 먼 옛날 붉은 실뭉치로 지도를 짜던 할머니를 대칭적으로 구성하여 오랜 시간을 사이에 둔 삶의 페이소스를 자아낸 명품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의 내면적 고통과 그로 인한 실존적 반응의 연쇄를 소환하면서, 삶에 대한 예민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인간 실존의 난경(難境)들을 은유해 가는 시인의 필치가 예사롭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에 얹힌 비명과 울음의 총량이 할머니의 삶으로 이어지면서, 비록 열리지 않지만 지도처럼 다시 돋아나는 삶의 역설적 희망을 건네주고 있다. 탈수가 끝난 세탁기 안에서 할머니의 구겨진 몸을 펴는 화자의 마음이 붉은 혈관처럼 감동으로 나직하게 전해진다.

응모된 다른 작품들도 균질성과 지속성을 예감시키는 수준작이라고 심사위원들은 판단하였다. 그 점에서 당선자의 시편이 가지는 공감의 능력은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좋은 신인을 얻어 마음 깊이 반갑다.

마지막까지 논의된 ‘유채와 무기력’의 슬픔을 해석하는 경쾌하고도 유니크한 정점의 감각, ‘과녁의 뒤쪽은 누군가 빠져나간 모양이다’의 자아 인식의 중층성에 대한 개성적 관찰과 표현도 매우 귀한 사례였다는 점을 부기하고자 한다.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성취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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