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통지를 받던 날은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였는데, 오히려 하늘의 달은 우리 지구에 가장 가까워서 환한 밤이 될 거라고 곁에서 누군가 말했었다.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우러나온 몸짓이 진실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음을 나는 믿어 왔다. 대학 졸업 후 3년 간 먼발치에서 모교의 시계탑이 녹슬어 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몰입했던 컴퓨터의 가상 공간에서 차디찬 이진법의 세계관에 절망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 문학의 세계로 돌아왔지만, 세상에서 문학이 가장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밤을 새우며 컴퓨터 앞을 지키던 그들의 삶에도 문학의 경우에 못지않은 열정과 지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다만 세상을 사는 많은 길 중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늘 마음에 새기겠다. 예전에 어느 명의가 그랬듯이, 작품에 열 개의 '침'을 꽂더라도 그 작품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더욱 살아 꿈틀거리게 하는 비평을 하고 싶다. 더 나아가 이미 창작된 작품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작품에 영감을 부여하는 창조적인 글을 쓰고 싶다. 충주 시내로, 낯선 도시 서울로 맏손자의 학업 때문에 편하게 지내지도 못하시다가 이제는 내 공부방의 한 장 사진으로 남으신 할머님께 기쁜 소식이 닿을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 장남 그리고 막내 사위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듬뿍 주시는 부모님들과 가족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철없던 학생에게 처음으로 스승의 엄한 애정과 자상한 질책을 깨닫게 하시고 또한 이끌어 주시는 최동호 선생님과 모교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부족하기만 한 글에 기대를 실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는 더욱 정진하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선배.동료.후배인 나를 따뜻한 관심과 매서운 비판으로 감싸 안아 준 대학원 식구들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전해 드린다. 늘 곁에서 나를 지지해 주는 아내 미숙과 개구쟁이 이산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