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통제하는 솜씨 돋보여" 금년도 응모작의 수준은 대체로 고른 편. 그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다음 4편이었다. '내가 먹은 해바라기'(이수). 36세의 노총각인 삼촌과 25세의 조카 사이에서 교환되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상상력의 선선함이 돋보였으나 조금 허황하게 보였다. '칼을 쥐고 있는 여자'(노은영). 중년 주부의 불정한 심리를 파헤친 작품. 처녀 적에 겪은 성적 충격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거울을 통해 정리되었으나, 그 심각성에 비해 조금 안이하게 보였다.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거리'(홍겸선). 사람은 남의 자살을 도울 수 있는가. 이런 소재는 그 심각성으로 말미암아 자칫하면 굳어지기 쉬우나, 영화 장면의 도입에서 또한 희화적 처리에서 무난하게 다루어졌으나, 전체적인 통제력이 조금 모자라 보였다. '폭염'(황광수). 죽은 맏형의 자리 이어받기를 한사코 도피해온 차남인 '나'가 이런저런 곡절을 겪어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단편이 갖출 수 있는 간결함, 집중성, 그리고 단일성이 잘 갖추어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소재를 통제하는 작가의 이런 솜씨에서 작가적 오기조차 엿볼 수 있어 이 작가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