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에는 몇 가지 조건들이 요구되는데, 상당한 수준에 달한 20여편의 작품들 중 여기에 근접한 작품들은 5, 6편 되었다. 문학평론은 우선 연구논문과 달리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로서 현재성(現在性)이 문제된다. 그것이 작가론이든 일반론이든 현재성은 필수적이다. 가령 작가론인 경우, 이미 고전이 된 작가나 신인 작가는 그 논의대상으로서 불리하다. 그 다음 조건으로는, 당연히 탄탄한 문장력과 분명한 논지다. 그러나 이때 그 문장력은 논문 투의 문체 아닌, 감각과 논리가 원천적으로 함께 어울려 있는 아름다운 글일 때, 더욱 돋보이리라. 한때 유행한 난삽성, 현학성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끝까지 당선을 다툰 작품들은 '웃음과 망각의 수사학-성석제론'(정은경), '중세의 복원 또는 텍스트의 존재증명-서정인론'(장경식), '전도된 원근법, 그리고 경계를 넘는 인식의 힘-오규원론'(장지현) 등 3편이었다. 이밖에도 기형도론(김성현) 조세희론(한귀은) 최인훈론(장사흠) 등 새로운 시각에서 그 해석이 시도된 흥미로운 평론들도 있었다. 앞의 3편의 작품들은 세밀한 검토에도 불구하고 그 우열을 가르기 힘들 정도로 출중한 글들이었으나, 최근의 우리 소설계의 새로운 기린아로서 자리를 굳힌 성석제에 대한 진지한 분석을 행한 정은경씨가 당선자의 영예를 얻게 되었다.
성석제의 모든 작품들을 애정을 갖고 섭렵한 끝에 쓰여진 당선작은, 소설들의 포인트를 날카롭게 파악,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 재미의 정체, 그리고 가치의 한계를 동시에 그려낸 수작이다. 평이하면서도 설득력있는 문장의 힘은 평론가로서의 미덕과 매력을 함께 보장하고 있어서 반갑다. 당선을 양보한 서정인론 또한 견실하고 믿음직스러운 글로서 그 앞날에 신뢰가 가는 작품이다. 비교적 난해한 '용병대장' 연작을 성실히 읽고 분석한 솜씨와 지식은 약간의 현학성이 절제될 때 더 큰 빛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현란한 문체로 시 분석의 독특한 공간을 구축하면서 오규원 시의 새로운 면모를 이끌어내고 있는 '전도된 원근법…'을 소개하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크다.